서울의 한 골목에 자리한 45cm 남짓한 베이비박스입니다.
사정상 키울 수 없는 아기를 버리지 말고 이곳에 넣어달라는 문구가 눈에 뜁니다.
버려진 아기들이 길이나 쓰레기통에서 생명까지 잃는 일만은 막겠다는 취지로 2009년 말 처음 만들어진 것입니다.
함부로 버려질 뻔한 1천400명에 가까운 아기들이 이곳 베이비박스를 통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었습니다.
베이비박스로 들어온 아기들은 3~4일 간 보육교사들의 돌봄을 받고 대부분 입양 대신 보육원같은 보호시설에서 성인까지 자라게 됩니다.
이렇게 입양이 줄고 보호시설로 가는 아기들이 늘어난 것은 까다로워진 입양조건 때문입니다.
친부모가 출생신고를 마친 아기만 입양될 수 있게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자 주위시선 때문에 출생 신고를 하지 못한 미혼모 등의 아기들은 입양이 원천봉쇄된 것입니다.
실제로 법 개정 뒤 입양아 수는 줄어든 반면 베이비박스에 맡겨지는 아기들은 늘었습니다.
"10대 미혼모들이나 외도로 태어난 아이들이나 나라에서 국민을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고 국민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데 이것이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픈 것이에요."
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친부모가 가명으로 자녀 출생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‘비밀출산법’의 국회 통과와 발효가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.